Dream of Rabbit
짧은 여행 기록 본문
귀찮아서 비공개해놓고 방치해 놨던 블로그에 까먹지 않으려고 써두는 글. 게을러서 다이어리도 밀려버려서 말이지ㅠ
약 10여년만에 유럽에 다녀왔다. 20대에 혼자 보름간 다녀온 이후 늘 어딘가에 홀려있거나 현생에 묶여 못 가다 이 나이 되어서야 쿨하게(?) 퇴사 지르고 급! 다녀왔다. 늘 J인생을 살았던 내가 P성향으로 지른 여행도 보름을 넘기진 못했는데.. 그 이유는 여전히 어딘가에 홀려있어서.
아무튼 퇴사하고 바로 떠난 유럽여행에 대한 짧은 기록.
1. 마드리드 (6월 10일-13일)
모두가 할거없는 노잼도시라고 해서 일정을 길게 잡지도 않았고, 기대감도 별로 없었다. 저녁에 14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해서 사실 길게 있지도 않았다. 출발부터 만년필을 집에 두고 와서 일기가 밀리기 시작했고...ㅠ P의 여행에 불안감을 갖고 있던 나는 시작부터 멘탈이 살짝 나가있었음. 근데 숙소 찾아가는 거리가 생각보다 맘에 들었다. 대도시를 좋아하지 않아서 좀 걱정했었는데 말이지.
숙소 옆 한국을 좋아한다며 한국말 해주던 케밥 청년. 비싼 한국보다도 세배는 비싼 거 같았던 저가 일제 만년필.. 오디오 가이드 없이 돌아서 슬펐던 프라도 미술관, 예매했더니 지들 일정 생겼다고 맘대로 예매 취소해 버리고 굳게 걸어 닫은 마드리드 왕궁.. 텅텅 비었지만 회원가입해서 예약하라고 해서 기껏 걸어가 놓고 들어가진 않은 데보드 신전, 맛집이라고 갔던 모든 곳들이 soso였지만
그래도 다시 간다면 또 갈 것 같다. 왜 노잼도시인줄 알겠는데 나에겐 노잼이 좀 필요하긴해.
2. 톨레도 (6월 11일)
유럽에서의 사실상 첫 도시였다. 기대했던 도신데 날이 흐려서 우울했다. 게다가 가는 길부터가 멘탈이 털렸음. 전철 운행 안 해서 어리둥절로 나가서 버스 타는데 버스카드 안 찍히고 어리둥절하니 전철 대체 버스라고 안 찍어도 된다고 알려준 스페인 청년 고마웠어요. 비록 내가 못 알아 쳐들어서 무임승차한 줄 알고 안절부절못했지만.. 기대한 것만큼 좋았던 도시여서 날씨가 더 슬펐다. 나는 역시 대도시보단 고전(?) 스탈을 좋아해. 처음답게 어리바리 까다가 체력 다 털리고 시간도 좀 날렸지만, 날씨 요정답게 중간에 쨍쨍해지기도 했다. 비행기에서 약간의 공부도 해서 눈이 나름 트인 상태에서 관람해서 더 좋았구요. 원래의 나라면 진짜 다 열심히 공부해왔을 텐데 이번 여행은 그게 부족해서 아쉬웠던 부분이 많았다. 해 뜨고 기분 좋아졌었는데 트레인 타고 전망대 갔더니 우박 떨어져서 너무 웃겼다. 아니 비도 아니고 우박이요..? 맞으면 머리 깨질 거 같은 크기였다.. 트레인 안이어서 다행이었다고 해야 할지.. 더 웃긴 건 내리자마자 그치고 해 뜸^^ 트레인 타고 가다 보니 1박을 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걷고 싶은 스팟이 많더라고.. 시간이 없어서 안에서만 있었지만..ㅠ
3. 그라나다(6월 13일-16일)
사실 이번 여행에서 그라나다가 제일 좋았다. 샌딩투어랑 저가비행기 기차 등등 예약만 안 해놨어도 충동적으로 2박 정도 늘렸을 거야.. 그라나다는 숙소 가는 길에서부터 그냥 반해버렸다. 너무너무 좋아서 그제야 좀 여행 왔다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숙소도 대성당 앞이라 뷰가 너무 좋았구요. 새벽까지 시끄럽긴 했지만.. 그냥 걷는 길마다 너무 좋아서 아 좋다...만 외침. 그리고 그라나다에서 만난 사람들도 너무 좋았다. 장기 여행 중이던 예쁜 친구와 세비야에서 알함브라 보러 잠깐 온 세비야 청년, 휴가 내고 이제 막 와서 정신없던 친구까지.. 정말 충동적 여행을 했다. 세비야 청년 따라서 뷰가 예쁘지만 대마냄새가 풍기던 전망대에 가고, 예쁜 친구랑 당일 낮에 급 레스토랑 예약해서 알함브라뷰 레스토랑 가서 밥도 먹고, 다른 친구랑 타파스 투어도 하면서 매일매일 술 마시고 걷고 재밌었다. 누가 그라나다 알함브라만 보면 된대???? 나는 진짜 여기서만 있다 가고 싶을 정도였다. 충동적으로 3박 늘린 장기여행 친구가 너무 부러웠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거리는 너무 좋았어.. 내스탈이야. 언젠가 또 가야지.. 여기서 만났던 사람들 너무 그립다.
4. 프리힐리아나, 네르하, 론다 (6월 16일 세비야 샌딩투어)
여러 도시가 가보고 싶어서 신청했던 샌딩투어는 편하긴 했지만 패키지는 역시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깨닫게만 됐다..ㅠ 이때부터 마그넷도 못 삼. 흑흑 프리힐리아나에서 골목을 걷다가 집합시간 다돼서 구경도 못하고 뛰어내려 갔고.. 네르하에선 바다에 발을 담가보지도 못했다. 론다에서는 친절한 모녀여행객 덕에 같이 식사하고 전망대 갔는데.. 여기도 너무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모자라 론다도 골목 못 걸어보고 마그넷 못 샀네.. 슬프다.
5. 세비야(6월 16일-6월 18일)
마드리드와 그라나다는 항상 밤까지 시끌벅적했는데 여기는 9시만 돼도 해가 떠있는데도 뭔가 거리가 조용해서 신기했다. 어딜 가나 교통수단을 타기엔 애매해서 40도의 온도에도 걸어 다녔다. 세비야 청년이 알려준 플라멩고바는 결국 가지 못했다. 세비야에선 관광지 외 계획했던 곳을 거의 가지 않은 듯? 근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세비야는 실질적으로 17일 하루밖에 볼 수 없어서...ㅠ 짧았다. 짧은 일정이 아쉬웠지만 또 오래 머물 만큼 사랑스럽진 않았던 신기한 동네. 그리고 세비야광장 콘서트한다고 설치해 놓고 통제해 놔서 너무 아쉬웠음. 사실 나는 세비야광장 보러 간 거나 다름없었단 말이야... 그리고 양말 챙겨둔 거 잃어버려서(?) 운동화대신 샌들신고 나갔다가 발에 물집이 잡혀버렸다...ㅎㅠ
6. 포르투(6월 18일-6월 22일)
사실상 이번 여행의 목적지였던 포르투. 40도의 세비야에서 넘어왔더니 비행기에서 내릴 때부터 에어컨 튼 줄 알았다. 반팔만 가져왔는데 재킷을 사야 하나 고민했지만 결국 사진 않았다. 추위에 벌벌 떨며 야경을 포기했을 뿐. 역시나 낭만도시였고, 하루면 할거 없다던 이도시에서 나는 또 다 보지 못하고 넘어왔단 말이죠...? 그럼 또 가야겠죠...? 그냥 매일매일 강변에 앉아 노래나 듣고 싶었던 도시였다. 내가 떠나온 다음날 포르투 축제였는데, 포르투 사람한테 어떻게 그 축제를 안 보고 가냐고 욕(?)먹었닼ㅋ 여행 일정 당장 늘리라고!!한소리 들었지만 사실 나는 축제를 피해 이동한 거였는데...? 제가 왜 뿅망치에 머리를 맞아야 하죠?ㅠ 혼자라 더 비싼 숙박비를 견디며...
7.아베이루, 코스타노바(6월 20일)
아베이루는 내 스타일이 아니야! 라며 골목 구경 안 하고 돌아온 게 이제 와서 조금 아쉽다. 사실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했어. 코스타노바는 예상했던 만큼 좋았고, 정말 좋은 동네였다. 걷고 또 걷다가 버스 타러 가느라 또 마그넷 못 샀네... 하 미쳤다ㅠ 이번 여행에서 난 처음으로 마그넷을 다 못 삼.. 바닷가를 걸으면서 좀 힐링한 것 같다.
8.브라가(6월21일)
내 목적은 단 하나 봉 제수스 두 몬테였음. 아마란테랑 고민하다가 브라가를 간 이유.. 좋은 선택이었다. 브라가는 다음에 포르투갈 간다면 또 갈 것. 왜냐면 여기서 비싸다고 못 사 온 마그넷이 아직도 아른거려서요. 그냥 돈은 써야 한다. 맨날 1~2유로짜리 마그넷 사다가 5유로 쓰려니까 너무 아까웠던 거지... 근데 그래도 샀어야 했어. 5유로를 쓰기 위해 다시 간다는 나도 노답이다. 아무튼 이 도시의 목적은 하나였는데 의외로 너무 재밌었다. 이유는 아직도 뭔지 모르는 축제를 하고 있어서.. 축제 구경하는데 진짜 분위기 너무 좋고 신나고 재밌었다. 내가 공연류를 좋아하긴 해.
9. 리스본(6월 22일-25일)
그라나다서 만난 친구가 리스본 별로라고 1박만 하라고 나한테 계속 그랬는데... 나 그 친구랑 잘 맞나 봐. 이번 여행 도시중 제일 재미없었다.. 할 것도 없고..ㅠ 숙박비도 제일 비쌌는데 그냥 그랬어.. 오로지 에그타르트 사 오겠다는 일념으로 아웃도시로 정해놨던 거였는데 그냥 1박만 할걸 그랬다. 물론 전망대는 좋았어요. 그리고 가는 곳마다 뭔가 공사 중이라... 슬펐음 특히 벨렝탑이요. 체력도 바닥나고 뭔가 흥이 안 생겨서 리스본에서도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 죽이기 했다. 뭐 이번여행은 그러려고 온거니까..라며 위안을. 그래서 한 거? 는 (나름)덕질투어.. 근데 내가 스페인 다녀오고 성당이나 기타 등등에 흥미를 잃어서 그런 거 같기도 해. 아냐 그래도 골목은 그라나다나 포르투가 너무 압도라 그랬을 수도.. 아무튼 난 대도시가 안 맞는 거 같음.
10.신트라(6월23일)
리스본은 별로였지만 리스본 근교는 좋았다. 여기 진짜 안 덥고 내가 체력 될 때 왔으면 트래킹 하고 싶었다. 근데 아웃 전전날이라 불가능했음.. 저는 더 이상 걸을 체력이 없었고.. 그냥 버스 타고 다녀도 풍경이 너무 좋아서요. 사실 아침부터 카드 잃어버려서 멘탈 나감.. 주머니에 넣고 폰 꺼내다가 빠진 걸 몰랐던 멍청한 사람.. 근데 거기에 개시도안한 리스보아 카드가 있었죠. 내 4만원... 비상용 카드를 3~4장이나 챙겨가서, 현금도 있어서 사실 큰 문제는 안 됐었는데.. 그냥 내가 무언갈 잃어버렸다는 거에 멘탈이 나갔던 하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트라는 너무너무 좋았고.. 정신 지침+ 체력 지침으로 인해 가고픈 곳들을 포기하고 일찍 돌아온 게 아쉽다. 그니까 언젠가 다시 가면 그 성벽을 나는 걸을 거야.
쓰고 보니 짧은 기간에 여기저기 많이 간 거 같기도 하네...? 발가락에 물집 잡혀서 걸음을 나름 줄이고 다니고 p의 여행으로 다녀서 이것저것 다 뺐는데... 나쁘지 않은 거 같기도. 마음은 매일매일 불안해서 숙소 들어가면 다음날 갈 곳 서치하기 바빴지만..^^
그나저나 다음 여행 때는 운동 좀 하고 가야 할 것 같다. 너무 저질체력이라 초반에 지친 게 슬펐다. 근데 맨날 등산(?)같은 코스라 서울 돌아와서는 체력 더 좋아진 건 함정. 여행 가서는 매일 술 마셔서 살쪘는데 돌아오니까 살이 쪽쪽 빠짐. 벌써 한 달이나 지난 거 안 믿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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